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Kaggle
- docker
- 프론트엔드
- ADP
- 대감집
- 타입스크립트
- bigquery
- python
- 최적화
- 빅쿼리
- 구글
- LDA
- r
- React
- 파이썬
- 심층신경망
- Kubernetes
- DBSCAN
- 리액트
- Machine Learning
- frontend
- 쿠버네티스
- ADP 실기
- 머신러닝
- TooBigToInnovate
- 캐글
- do it
- 대감집 체험기
- 클러스터링
- 차원 축소
- Today
- Total
No Story, No Ecstasy
Too Big To Innovate : 대감집 체험기 (2) 본문
2-1. 확신할 수 없는 확신
첫 부서에서 실무를 하기 전, 신입사원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회사는 신입사원이 입사하자마자 조를 만들어서, 신사업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신입사원의 고과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었다.
당시 대감집에서 잘 해보고 싶었고, 기존에 없었던 혁신을 이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디벨롭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나름 괜찮은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고 자부한다. 아이디어 최종 발표가 끝난 후 다른 조의 발표 주제를 들었을 때도 사실 속으로는 1등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2등이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다. 하지만, 공식적인 결과 발표는 커녕 간단한 피드백조차 없었기에, 왜 1등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고, 어떤 기준에 의한 결과인지 도저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나름 당시 회사의 상황에 알맞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었다고 생각했기에, 이대로 묵히기에는 아쉬웠다. 내 확신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 싶었고, 결국 제안했던 아이디어와 가장 연관이 깊고,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던 임원에게 메일을 쓰기로 결정했다. 예의를 갖추기 위하여 장문의 글을 보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간단했다.
"내 아이디어가 되게 괜찮은 거 같은데, 회사 차원에서 진행해보기에 어떨까요?"
하지만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 이해는 간다. 임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멋 모르는 신입사원이 보낸 사소한 이메일 중 하나였을 수도 있다.
결국, 확신을 확신할 수 있을지 아무런 피드백도 얻지 못했고, 그렇게 내 신입사원 프로젝트는 끝났다.
2-2. 효율적으로 주어진 역할에 맞게
돌이켜보면 대감집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내가 속한 산업과 기업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 조차 없었다. 그 전에는 눈 앞에 주어진 기능을 개발하고, 이슈를 해결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었다. 내가 하는 일들이 우리 조직과 전체 산업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필요가 없었다. 당연히 대감집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내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못했었다. 그저 대감집의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글로벌하게 사용되는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는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추상적인 목표만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어떤 부서로 가는가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못했다. 한 가지 선택 사항이 있었다면 개발자로는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로 성장하기에 대감집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고, 좋은 의사결정자로 성장하고 싶은 나는 굳이 대감집에서 개발자로 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대감집의 복잡한 업무 분장 시스템 속에서 나의 실무가 얼마나 사소한 영향력을 갖는지 깨닫기까지는 정말 금방이었다. 하지만 실망할 겨를도 없이 "왜 이런 구조, 이해 관계, 의사 결정들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서 이 시스템 내에서 내가 갖는 사소한 영향력의 당위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사양 산업에 속해있으며, 대규모의 경제를 이미 이뤄놓았으며, 오래 전 구조 조정도 끝난 조직이었다. 이미 시장 점유율과 방향성이 어느정도 정해져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런 큰 줄기 속에서, 내가 속했던 부서는 더욱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의사 결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었다. 대감집에서 내가 속한 부서에게 원하는 것은 혁신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 안에서 신입사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큰 꿈을 품고 왔는데 이렇게 끝나는 것은 너무 허무했다. 그래서 우선 더욱 영향력이 큰 의사결정을 하고, 혁신을 목표로하는 곳으로 부서를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고 해도 어디선가는 미래를 보고, 다른 기회를 찾고,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그런 부서를 찾을 수 있었다. 좋은 동료분들께서 도와주신 덕분에 회사에서 가장 미래를 바라보는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대감집에서만 할 수 있는 혁신에 좀 더 다가선 느낌이었다.
'Team Se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o Big To Innovate : 대감집 체험기 (3) (0) | 2021.09.01 |
---|---|
Too Big To Innovate : 대감집 체험기 (1) (0) | 2021.08.28 |
Too Big To Innovate : 대감집 체험기 (0) (0) | 2021.08.28 |